XY 블로그 보드

채카나는 오늘도 여전히 '책 하나'라는 일념으로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책을 집어들었다. 가을답게 서늘한 날씨가 채카나의 마음을 재촉하였다.
"오늘은 그리스 로마 신화나 읽을까?"
처음엔 다 아는 이야기여서 읽을까? 말까? 하며 고민하였지만 대충이라도 다시 읽기로 마음을 잡았다. 역시 자신도 모르게 책에 빠져들었다. 그러다 프로메테우스의 비극 부분이 나오자 저절로 신음이 나오는 채카나. 프로메테우스의 성격 자체를 존경하던 순간 갑자기 자신에 대한 후회가 뇌 깊은 곳에서 흘러나왔다. 프로메테우스의 옳은 것은 끝까지 하는 성격 근처에 가기는 커녕 매일 소심한 성격으로 자기 자신의 마음을 태우기도 한다. 학교 축구 시합에서 스코어가 동점일 때 우리 팀의 마지막 기회가 왔는데 꾸물거리다 태클에 공을 뺏긴 일도 떠올랐다. 이렇게 후회를 하던 채카나는 갑자기 프로메테우스에 대한 존경심이 생겼다. 자신의 소심한 성격을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음은 당연하다. 그러던 중 채카나는 자신의 중요한 실수를 깨달았다. 마지막 부분을 읽다보니 읽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이었다. 잠시 후…….
"아~~~~~~~ 뭐야! 내가 그냥 넘겨서 그런 거잖아."
그랬다. 프로메테우스 부분부터 후회를 하다가 결국 무의식 상태가 되어 읽지는 않고 책장만 계속 넘긴 것이다. 그래서 다시 마지막으로 읽던 부분으로 돌아간 채카나는 문득 그 많은 그리스 로마 신화 주인공 중에서 프로메테우스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나 신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우리의 채카나는 책장을 들여다보며 읽고 또 읽었다. 그 사이 이상한 일이 생겼다. 책이 서서히 흐릿해지더니 결국 사라지고 읽고 있던 부분의 장면 속으로 들어온 것처럼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신들과 거인족의 전쟁을 읽고 있던 중이어서 채카나는 자신의 처한 상황을 미처 깨닫기도 전에 숨을 곳을 찾아다니기 바빴다. 한참 뒤 전쟁이 끝나자 채카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자신이 책 속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을…….
넋이 빠진 채카나였지만 머리만은 펜티엄Ⅳ급. 자신이 생각했던 일을 실천할 때라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그리고 잠시 후 또 다른 것을 알아냈다. 그 만큼 겁이 많고 소심하던 자신이 초고속으로 확실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채카나는 먼저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자신이 찾는 사람을 찾기 위해 발이 빠지도록 돌아 다녔다. 그러다 올림푸스 산에 간 채카나는 전쟁의 여신인 아테나를 만났다. 여러 책을 본 경험인지 누구인지 금방 알아보고 프로메테우스 만한 성격을 가졌으리라 짐작이 갔다. 다행히 채카나는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아 들키지 않았다. 아테나는 채카나가 자신의 어깨에 탄 줄도 모르고 아테네를 포세이돈에게 내주지 않으려고 길을 떠났다. 아테네 사람들에게 포세이돈의 선물보다도 갚진 올리브 나무 등을 주며 편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비록 이기기 위한 경쟁일 수도 있지만 자신이 발명한 여러 가지 생활 도구들을 나누어주는 모습이 성격을 말해주고 있었다. 또 너그럽고 겸손하였다. 거기다 옳은 일만 하는 성격은 프로메테우스와 비슷하였다. 이 모든 일을 지켜보던 채카나는 아테나가 프로메테우스처럼 좋은 성격과 마음을 가졌다고 생각하였다. 이렇게 해서 한 명을 찾아낸 채카나는 다른 신들의 행동도 보았지만 한결같이
"잘못한 짓이 너무 많아."
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테나를 따라다니다 만난 아스클레피우스는 아폴로의 아들이지만 참 고맙다고 여겨졌다. 약을 최초로 발명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아폴로의 아들 아스클레피우스가 프로메테우스와 맞먹는 일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채카나가 아스클레피우스의 집에 머무르는 동안 여러 일이 생기고 지나갔다. 아스클레피우스는 아테네가 준 선물로 사람을 죽이고 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좋은 사람인데 죽었으면 계속 살려낼 수 있었다. 나쁜 짓은 커녕 잘하는 짓만하여 하데스가 부추긴 제우스가 경고를 하여도 채카나는 아스클레피우스가 견뎌내기를 내심 바랬다. 하지만 결국 제우스는 벼락으로 아스클레피우스를 죽여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었다. 비록 제우스의 노여움을 사 죽었지만 아스클레피우스가 없었다면 약은 발명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 일이 있은 후 채카나는 다시 길을 떠나 궁금증도 풀고 여러 가지 일을 겪고 또 겪은 후 테세우스를 만나게 되었다. 테세우스는 한마디로 말해 영웅이기도 하지만 아테네의 민주주의를 열은 사람이다. 채카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별일 없으리라 생각하였지만 큰 오산이었다. 테세우스가 사람들을 위해 도적들을 해치우면서 채카나가 벼랑에서 떨어질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카나는 테세우스가 프로메테우스의 가장 가까운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목숨도 아끼지 않아서 존경까지 하게 되었다. 수많은 모함도 견뎌내며 아테네의 민주주의를 이룩하고 그 곳 백성들이 편안하게 살도록 온 인생을 바친 테세우스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자 채카나는 갑자기 엉덩이가 아파오고 온 세상이 뿌예짐을 깨달았다. 잠시 후 눈을 뜬 채카나는 무슨 일이 벌어진지 깨닫게 되었다. 바로 매 없으면 못 사는 엄마, '매하나'가 꿈을 꾸던 채카나를 때린 것이다. "에구, 아쉬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