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Y 블로그 보드

“형, 나 뚱뚱해 보여?”
초등학교 4학년 현구의 동생으로 초등학교 1학년인 현서는 가끔씩 이렇게 물어보고는 한다. 물론 형, 현구의 대답도 항시 같지만 말이다.
“아니! 왜? 괜찮은데? 표준형이라고 몇 번이나 말해야 되니……．”
“애들이 자꾸 돼지라고 한단 말이야”
“으흠... 그럼 내가 너를 잡아먹어야겠는걸. 맛있는 돼지고기를 말이야!!”
“앗! 그런 야만적인 행동을?”
찌푸려 있던 현서의 얼굴이 드디어 펴진다. 역시 현구와 현서는 사이가 너무 좋았다.
“형, 그런데 돼지는 저금통처럼 몸은 둥글고 코는 납작해?”
앗! 그러고 보니 현서는 돼지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결국 현구의 설명이 시작되었지만 설명만큼은 1살 아기만도 못하는 현구의 말이 현서의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그 때 현구와는 반대로 설명을 연설가처럼 잘하시는 할아버지가 나타나셨다. 현서는 할아버지에게 달려가며
“할아버지! 돼지에 대해서 조금 설명해주세요. 형은 평소에는 재미있는데 설명은 너무 지루해요.”
“오냐, 돼지 공부 겸 옛날이야기를 읽어줘야겠구나.”
“오예! 옛날이야기다.”
현서와 현구는 책을 펴드신 할아버지 앞에 앉아 눈을 크게 뜨기 시작했다.
“제목은 “2000년 전의 그 모습”이구나. 이제 본문으로 들어가야지?”
『세상은 변했지만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달라진 것이라고는 세월 뿐!
자그마치 2050살이나 되는 ‘백톤 대사’는 정말 일생을 많이 먹기에 투자하며 보낸 대사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1999번을 대결했어도 한번도 이기지 못한 대사가 있었으니... 바로 ‘돼지 대사’이다. 이 악연의 시작은 어디일까?
약 2000년 전 나이가 50세로 먹기 대사들의 세계에서 아주 젊은 편인 ‘백톤 대사’는 전국의 내로라하는 대사들을 평정하고 챔피언 자리를 두고 나이가 정말 어린 ‘돼지 대사’(흑색, 백색, 연주황색 등이 섞여 있는 일명 무지개 돼지 대사.)와 겨루게 되었다. 처음에 ‘백톤 대사’는 정말 깜짝 놀랐다. 결코 많이 먹을 수 있게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크기는 자신의 2분의 1에 다가 귀엽게 생긴 귀는 약간 쳐져있고 코는 약간 솟아나와 있으며 꼬리는 돌돌 말려있었다. 이렇게 생기다 보니 ‘백톤 대사’는 상대를 얕볼 수 밖에 없었다. 물론 큰 오산이었지만 말이다. 어린 ‘돼지 대사’는 처음부터 꿀꿀~ 거리며 순식간에 자신의 양을 먹어치우기 시작하였고 ‘백톤 대사’가 먹고 있던 그릇까지 빼앗아 모조리 먹어버렸다. 결국 입이 다물어지지 않은 ‘백톤 대사’와 지켜보던 다른 대사들이 기절한 가운데 ‘돼지 대사’는 먹기 챔피언에 올랐던 것이다.
추억이라면 추억일 생각에 잠겨있던 ‘백톤 대사’는 마음을 굳게 먹고 ‘돼지 대사’에게 도전장을 내밀기로 하였다. 하지만 사람의 착각은 자유라 했던가? 결코 ‘돼지 대사’를 이길 수 없었다. 아주 오래전에 어른이 되어 현재 엄청난 몸집을 자랑하고 있는 ‘돼지 대사’였기 때문이다. 그것을 모르고 있던 ‘백톤 대사’의 표정이 시합 당일 어떻게 변할지는 뻔하였다.
드디어 운명의 결전은 다가왔고, 서로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돼지 대사’는 싱글벙글 웃으며 아직도 입이 눈 위치까지 벌어진 ‘백톤 대사’의 손을 위 아래로 흔들었다. 의욕을 잃어버린 ‘백톤 대사’! 하지만 이미 결정된 시합이었다. 순간 후회가 들기 시작하였다. 크기는 자신의 2배!! 전형적인 돼지 모습으로 코와 입이 많이 튀어나오고 2개의 콧구멍은 뚜렷하며 크게 생긴 모습은 끔찍하기까지 하였다. 특히 소화기관은 얼마나 긴지 출렁출렁한 뱃살에까지 있을 것으로 짐작될 정도였다.
1분 뒤 많이 먹기 위해 며칠 전부터 굶던 ‘백톤 대사’는 굶주림에 쓰러져 버리고 ‘백톤 대사’의 것까지 1분만에 먹어버린 ‘돼지 대사’는 몸이 더욱 불어난 채로 쓰러져 버렸다고 한다.』
“현서야, 어떠냐? 재미있니?”
“네!! 그런데 그 다음은 어떻게 됐어요?”
“맞아요. 정말 궁금해요.”
현서의 질문에 현구도 맞장구를 친다. 진짜 설명할 때만 빼면 일심동체 같은 형제다.
“미안하지만 할아버지도 모른단다. 허허. 그리고 또 미안하게도 문제까지 내야겠구나.”
“아쉽지만 뭐... 그리고 문제는 아마 돼지의 특징은 무엇인지 들은 것 중에서 찾아보거라... 일거예요. 맞죠? 그럼 답은 돼지는 새끼였을 때는 아담한 몸집에 쫑긋한 귀, 귀엽게 말린 꼬리, 정말 귀엽게 나온 코와 입이 특징이고, 컸을 때는 몸집이 어른의 2배에 이를 만큼 커지며 꼬리도 조금 길어진다. 그리고 코와 입은 더욱 튀어나와 보기가 징그럽다. 마지막으로 새끼였을 때부터 잡식성이다!!”
“어이쿠, 현서가 형보다 더 잘 알아듣는구나. 허를 찔렸군. 허허. 할아버지가 여기에 조금 더 설명을 해줘야겠구나. 우리가 아는 돼지는 멧돼지 과이고 인간이 기르기 시작한 때는 신석기 시대로 아주 옛날이란다.”
현구와 현서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쿠, 벌써 밤 12시가 다 돼가네. 얘들아, 얼른 자거라. 늦게 자면 엄마한테 혼난다!”
“정말 그러네. 형, 얼른 들어가자. 그리고 할아버지, 돼지 꿈 꾸세요. 하! 하! 하!”

2004년 9월 13일 씀/온양동신초6//김만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