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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인 저/밝은세상

이제는 거의 사라졌겠지만 해안가의 등대를 지키는 사람을 등대지기라고 한다. 정식명칭은 등대원이지만 우리에게는 등대지기가 더 익숙하다. 높은 직위도 아니고 말단 직위이지만 같은 급이라도 등대원 만큼은 너무나 외로운 직업이다. 소외받기 일 수 이고 무인도 같은 곳의 등대를 지키는 것을 원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누가 등대원 직업을 원하고 애착을 갖고 할까? 세상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등대원의 삶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몇 명이라도 있는 것에 감사를 드려야 할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유재우도 존경했던 정소장님처럼 등대원 최장기록을 세우며 정년퇴임을 하려고 했지만 8년째에 비극적인 사건으로 장애인이 되었으며 어머니도 잃게 되었다. 하지만 정소장님과 같이 배를 타면서 항상 구명도의 등대불을 바라보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재우는 강원도 시골에서 가난한 3남매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가난한 집이었기에 제일 막내였던 재우는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 살림을 맞는 어머니에게도 소외를 받고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어머니의 희망이 걸린 형 명우에게 많이 구박을 받았다. 대학에 합격을 했지만 형을 위해 돈을 내어주지 않은 어머니를 원망하며 등대원의 삶을 택한 것이다. 남해안에서 사람 조차 살지 않으며 10분이면 돌 수 있는 구명도의 등대원이 되면서 8년동안 세상 일에 신경을 쓰지 않고 지내왔다. 하지만 정소장의 정년퇴임과 함께 불행의 시작이 찾아왔다. 갑자기 연락을 하지 않던 형과 누나에게 연락이 왔던 것이었다. 원망을 하며 찾아갔지만 역시 안 찾아가는 것이 나을 뻔 하였다. 어머니가 치매에 걸렸다면서 미국으로 1년만 떠나는 형 대신 잠깐 맡아달라는 것이었다. 어렸을 적의 소외와 구박의 악몽이 있는 재우로서는 받아드릴 수 없는 결정이었다. 미국으로 데려갈 수도 있지만 핑계를 대며 재우에게 맡기려는 형, 자신의 남편이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위해 흠집이 나면 안되고 출가외인이라는 지나간 명분까지 내세우며 재우에게 강요하는 누나, 그렇게 강단이 있다가 갑자기 치매에 걸린 어머니 모두 다 재우에게 곱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형수가 어머니를 데리고 구명도 등대까지 따라와 울고불며 한달만 이라도 버텨달라고 하는 까닭에 결국 재우는 어머니를 맡기로 하였다. 그런데 어머니는 초기 치매라는 말과는 달리 심각한 상황이어서 다른 등대원들이 매일 마다 불평을 늘어놓았다. 더군다나 어머니는 입에 담지도 못할 욕을 아무에게나 해대었다. 물론 재우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재우는 어머니에게 남은 감정때문에 잘해드리지 않고 신경질적으로만 대해오고 정소장이 재우 어머니의 치매를 이해하고 재우를 타일렀지만 재우는 잘해드리고 싶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 달이 다 되어 가는 때 어릴 적 주인집 외동딸이며 좋아했었던 난희가 찾아왔다. 가끔씩 만났었는데 분노가 치미는 이야기를 가지고 왔다. 바로 형은 구조조정의 여파로 퇴직을 당했으며 미국으로 아주 이민을 갔었던 것이라는 것이다. 결국 형과 형수, 누나는 모두 짜고 연극을 펼친 것이다. 한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난희가 보내준 물건들 모두가 어머니가 보내준 것이라는 것이었다. 다만 볼 면목이 없다며 직접 보내지 못한 것일 뿐.
까닭을 알았지만 재우는 결국 어머니를 요양원에 맡기기로 한다. 하지만 곧 알게 된다. 어머니가 비록 치매에 걸리기는 했지만 자신을 향한 모성애는 여전하다는 것을... 이제 어머니를 지극히 모시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또 다른 불행이 찾아왔다. 등대에 대한 구조조정이 생겨 구명도 등대가 무인등대로 바뀐다는 것이었다. 이제 유재우, 송철용(등대원 삶을 증오하던 사람이지만 유재우에게 영향을 받아 사람이 많이 바뀐다.), 이길성(틈만 나면 등대원의 삶을 포기하려는 사람으로 이기적인 사람.)들 중 한 사람은 퇴직을 당해야 했다. 결국 바른 말로 눈 밖에 난 재우가 대상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아직 퇴직날짜가 다가오지 않았기에 재우는 계속 등대에서 일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던 중 A급 태풍이 불기 전 날 휴가를 떠난 송철용 대신 남아있던 재우와 이길성 중 이길성은 다 아는 핑계를 대며 빠져나가버렸다. 이제 등대창에 구멍이 생겨 큰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상황에서 구명도 등대를 재우와 어머니가 지켜야 했다.
예상대로 큰 태풍이어서 재우 혼자 관사를 나와 등대의 불을 키는데 고장이 나버렸다. 역시 등대창에 뚫린 구멍으로 빗물이 마구 들어와 퓨즈들이 끊어진 탓이었다. 재우가 퓨즈들을 다 수리하던 순간, 낙뢰가 떨어졌다. 등대 지붕도 날라가지 않았지만 재우에게 번개가 떨어져 몸을 통과하면서 장기에 큰 손상을 입혔다. 결국 원인은 등대창에 난 구멍으로 그 구멍을 통해 번개가 들어온 것이었다. 이제 죽음 직전 상태가 된 재우는 어머니를 걱정한다. 그런데 그 때 협심증까지 있는 어머니가 등대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렇게도 부르지 않던 재우의 이름을 부르며 말이다. 재우는 오지 말라고 소리쳤지만 손을 떨며 어머니는 결국 올라왔다. 하지만 무슨 소용이랴? 나흘 동안 계속 된 폭풍우로 구원을 받지 못한 재우는 아직까지 죽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문제는 어머니도 이미 하루를 굶은 상태에서 5일이 넘게 굶고 물 한방울 먹지 못하여 결국 구조되기 전날 사망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동안 어머니는 자신의 옷을 빗물에 적셔가며 움직이지 못하는 재우에게 물을 먹였고 그 결과로 재우가 살아난 것이다. 정말 지극한 모성애였다.
정소장의 요청으로 출발한 구조대는 재우를 병원으로 옮겼고 재우는 1년간 수술을 했지만 끝내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되었다. 난희 역시 다른 사람과 결혼을 했고 어머니 또한 잃었지만 이제 정소장과 배를 타며 마음껏 구명도의 등대불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김만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