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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저/김영사

만약에 나라가 부패해 망한 줄만 알았던 신라가 '숯'때문에 망했다거나 그 유명한 백제 무령왕릉 목관이 일본에서만 나는 '금송'으로 만들어졌다는 말을 듣게 된다면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나라도 겨우 '숯'때문에 천년의 나라가 망했고 백제가 일본과 친했으며 무령왕이 일본 태생이라지만 웅진 전성기 때의 무령왕이 일본 나무로 관을 지었다는 것은 믿기지가 않았다. 하지만 사실이다.
이 책의 저자 박상진은 그가 연구할 무렵 거의 없던 나무 탄소연대측정법을 이용하였다. 그래서 그는 먼저 신안해저유물 배의 목재 샘플을 채취해 연구해보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일본에서만 나는 삼나무로 만들어졌으니 일본 배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언론의 집중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놀라운 연구 결과는 이 것만이 아니다.
먼저 왜 신라가 '숯'때문에 망했다는 이야기를 하게된 경위를 생각해보자. 신라가 말기, 왕은 경주 사람들이 모두 연기가 안나는 고급 '숯'으로 밥을 해먹는 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나 흡족해 했다고 한다. 그 무렵 대부분 사람들이 경주로 오려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는 것을 보면 사실인 듯하다. 그런데 이 '숯'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 바로 '숯'을 만들 재료! 참나무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오염이 거의 없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그 많은 사람들이 매일 베어다가 숯을 만든다면 참나무 숲은 금방 사라진다. 그리고 참나무를 대체할 다른 나무들도 곧 고갈된다. 그 결과 경주 일대 숲은 민둥산으로 변하고 나무가 없는 한 나라의 도읍은 여러 자연재해를 맡는다. 옛나라들을 볼 때 자연재해가 심하게 나기 시작하면 곧 쇠퇴의 길을 걷는다. 신라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무령왕릉의 일본 금송으로 된 목관이 생기게 된 배경에 백제와 일본의 친밀한 관계, 그리고 무령왕의 일본에서의 태생 등이 있다고 한 것은 믿기 싫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에게 지금까지 가깝고도 먼나라라고 할 만큼 갈등의 골이 큰 양국 간에 우정이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또 우리보다 선진국인 일본이 바로 백제나 신라, 가야, 고구려 등에게서 기술을 배우고 가 나중에 침략한 것도 분하지만 그동안 너무 자만에 빠진 우리나라의 잘못도 있다. 그러니 백제는 백제! 백제와 일본의 친밀한 관계는 이해를 해야한다. 그런데 왜 일본은 그 소중한 금송을 아주 많이 보내왔을까? 박상진 교수가 연구한 결과 이 금송들은 몇 백년이나 된 나무들이라고 한다. 역사학자들은 추측하기로 아마 백제가 기술이나 문화 등을 받는 대신에 보낸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들에게 이것을 묻고 싶다. 이순신 전기를 읽다보면 거북선들이 일본 안택선들을 치고 받으며 부수는 것을 볼 수 있다. 거북선이 세계 최초의 철갑선이기는 하지만 결코 박치기(?)무기인 돌출된 곳까지 쇠로 만들지는 않았다. 당연히 당시로서 가장 세다고 해야할 나무로 만들어야 제 기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부분 주위는 참나무, 가시나무, 녹나무 등을 썼다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참나무로 만들었다. 참나무는 얼마나 단단할까? 1㎤당 500kg을 견딜 정도로 질기다. 역시 우리 조상들은 너무 현명한 듯 하다... +_+
신라의 고도 경주에서 나온 여러 유물 중에서 천마도는 특히 유명하다. 그런데 이 천마도가 바로 나무 위에 그렸다는 것이다!! 그당시 나무 밖에 없었겠지만 어떻게 나무가 그 오랜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그 비밀은 바로 자작나무에 있다. 자작나무는 천연 방부제를 함유한데에다가 뛰어난 방수성질까지 있다. 천마도는 바로 자작나무에 그린 것이다. 자작나무는 북쪽 추운 지방에 있어 신라는 고구려에 수입을 해야하는데 신라 곳곳에서 발견되는 것을 보니 수입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신라는 자국에서 나는 자작나무과 나무로 만든 것이다. 비록 친척 간이지만 겉이 매우 하얗고 여러 면에서 똑같다.
마지막으로 고려시대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손상없이 보관되고 있는 팔만대장경에 대해 말해보겠다. 팔만대장경은 정말 팔만개의 목판이 넘는데 하나도 손상이 없다. 전혀 썩지도 않는다. 천마도처럼 무덤 안에 있는 것도 아니고 밖에 있으니 습기로 인해 썩을 것이 분명한데 말이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뛰어난 방습효과를 가진 장경판전의 설계로 팔만대장경을 보호했다. 거기다가 팔만대장경의 재료인 산벚나무, 돌배나무를 자른 후 1년여 동안 말리면서 일명 숨을 죽이기!!를 한다. 이런 나무들의 유일한 적은 습기인데 위에 말한 것처럼 습기를 차단하니 망가질래야 망가질 수가 없는 것甄?
그러고보면 나무도 이용하면 정말 오래가고 쓸모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지금 기술로 나무로 천마도를 복원하고 2000년 후에 꺼낸다고 해도 완벽할 수가 없을 것이다. 조상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존경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조상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우리들이 부끄럽다.
//김만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