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급이라고 수업을 1등으로 잘한다는 뜻은 아니죠.
수업대회가 아니고, 수업연구대회니까요.
수업의 왕도는 없지만 수업의 내용, 수업의 기술, 유창한 언어의 사용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추어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가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
선생님들께서도 주저하지 마시고 참여해 보세요. 생각하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저는 교직에 들어선지 10년이 다되도록 학생들 앞에서 덜덜 떨면서 수업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유창하게 수업하시는 분들 보다 더 따르고, 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성적도 잘 나오더라구요. 제 딴에는 내가 수업을 잘하나 하는 착각에 빠져들기도 했지만요. 그러나 그것은 학생들 앞에서 어리숙하고, 촌스럽고, 홍당무가 되는 제 모습을 더 사랑했었다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지요.
아무튼 그런 착각 속에서 이제 30세를 겨우 넘긴 새내기 선생이 교직경력 20～30년 된 선생님들 앞에 감히 도전장을 내밀었죠. 결과는 본선도 못가고 웃음거리만 되었어요. 10년이 넘었으니까 당시만 해도 형식과 경력을 중시하였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자존심이 무척 상하더라구요. 다음 해에 도전 2등급, 다음 해에 또 도전 3등급. 참 떨어지는 것 보다 더 자존심이 상하더라구요. 얼마나 화가나던지 교육부에까지 전화를 건적도 있답니다. 심사 비리를 고발한다고요. 참 웃겼죠. 다음 해에 또 도전 심사위원들이 왔을 때 수업연구를 왜 하느냐는 질문을 하더라구요. 저는 서슴없이 "1등급 받으려고 합니다" 덧붙여서 1등급 받을 때까지 하겠습니다라는 말 대신에 "1등급 주실 때까지 할겁니다." 라고 말 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건방지기 이를데없지만 참 건방졌죠. 허허, 결국 1등급을 받았답니다. 군을 옮겨서 다음 해에 또 도전 1등급, 군을 옮겨서 또 도전 2등급 그 군에 계속 있었으면 또 1등급 줄 때까지 했을 텐데... 또 군을 옮겨서 올해 도전 보고서에서 탈락... 앞날이 기대되지 않으세요.
저는 수업을 세련되고 유창하게 잘하는 교사가 아니예요. 뭐 잘 하고 싶지도 않아요.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그런 교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제가 지금껏 수업연구대회에 참여한 것도 내가 수업을 유창하게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그 경쟁 속에서도 나의 주관이 퇴색되지 않고 “나만의 수업을 끝까지 보여줄 수 있겠는가?”하는 문제와의 싸움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진정한 브랜드가 아닐까도 생각해봐요.
요즈음 성과급 문제로 선생님들의 사기가 많이 저하되어 있는데, 수업의 문제에서도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수업대회가 아닌 수업연구대회를 개최하여 등급을 부여하는 것까지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으뜸교사라는 것을 만들어서 사이트를 만들어주고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게시하는 행태를 볼 때 정말로 일선에서 묵묵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 앞에 부끄러워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토록 심한 말을 하는 이유는 으뜸교사들도 알고 있듯이 우리 주변에는 그들보다 훨씬 더 유능하고,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사랑으로 교단을 지키는 선생님들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이 또한 교사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아니겠어요.
차치하고 제가 선생님들께 전해드리고 싶은 것은 1등급, 2등급, 으뜸교사 운운이 아닌 선생님의 자존심을 세워 보는 계기로 수업연구대회에 참여해 보시라는 권고의 메시지입니다. 어느 선생님이 성과급 B등급 받았다고, 수업연구대회 2등급 받았다고 좋아라 입이 귀에 걸리실 분 있을까요? 2등급을 주면 심사위원들이 아직 내 수업을 이해할 수 있는 자질이 부족하구나 생각하시고, 3등급을 주면 정말로 비리가 있구나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분명한 것은 선생님이 선생님 자신의 수업이 몇 등급인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죠.
내년에는 꼭 해보세요.
저도 또 하려구요.
왜냐구요.
학생들 앞에서 덜덜 떨면서 하던 수업으로 되돌아가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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