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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저/태일출판사

우리나라는 일본에게 점령당하고 식민지화되는 치욕을 겪었지만 일본을 쓸어버린 두 사나이가 있었다. 바로 가라테의 제왕 최배달(본명은 최영의)과 역도산(본명은 김신락)은 일본에서 영웅이었다. 이 두 명은 지금도 영화로 상영되어 많은 관심을 이끌어 내었다. 특히 최배달은 역도산보다 일찍 일본에 건너와서 대단한 인상을 일본인들에게 보여주었다. 산에서 엄청난 수도를 한 끝에 하산한 뒤 황소의 뿔을 꺾기도 하는 등 충격적인 괴력을 보여주었다.
그 때 김신락은 국내에서 자신의 형인 김항락을 따라 씨름판에 나가기도 하였다. 김항락은 씨름의 제왕이었는데 김신락도 힘에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김신락이 씨름을 하는 것을 못 마땅해하던 형은 그에게 일본에서 스모로 성공하라고 하였다. 마침 일본에서 새로운 스모선수를 발굴해내던 일본인이 김신락을 일본으로 데려가서 본격적으로 스모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그 때부터 김신락의 이름은 역도산이 되었고 일본인이 되었다. 한국인의 신분으로 스모를 하기에는 그 조건이 매우 열악했기 때문이다. 역도산은 씨름이나 스모에 천부적인 재질이 있었다. 덕분에 스모 신인으로는 아주 좋은 성과를 내었고 최고의 자리에 오를 뻔도 하였으나 그가 너무 일찍 큰 선수가 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간계로 가끔씩 심판들의 편파적 판정을 들어야했다. 그런데 그 판정들이 결국 불같은 역도산의 성질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되었다. 화가 난 역도산은 머리의 상투를 잘라서 스모 선수의 생활을 전통에 위배되는 행위로 마쳐버린 것이다.
그 뒤로 역도산은 프로레슬러의 생활을 걷게 되었다. 스모 선수 때의 엄청난 지방살 등을 하드 트레이닝으로 엄청난 고역 끝에 단단한 근육으로 바꾸었다. 승부사재질에다가 뛰어난 몸 근육을 갖고 있는 역도산은 프로레슬링의 기술을 하나도 모르던 상태였지만 금방 좋은 프로레슬러로 성장했다. 그를 가르치던 프로모터는 그에게 실전경험을 해도 좋다는 말을 하였다. 결국 역도산은 처음으로 하와이 원정에 나서서 유명한 프로레슬러들과 경기를 갖게 되었다. 그 때까지 역도산에게는 좋은 기술이 없었다. 그런데 처음에 몇 경기를 갖게 되면서 역도산은 스모 때의 기술은 손바닥 후려치기를 한 번 시험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스모 때 하던 후려치기를 프로레슬링에 맞게 약간 변화시켜 상대방에게 내려쳐보니 상대방이 당황하는 것이었다. 그 때부터 역도산의 장기는 리키 촙이었다.(다른 사람들은 모두 가라테 촙이라고 하지만 역도산, 자신은 리키 촙이라고 불렀다.)역도산은 첫 데뷔전부터 진 경기가 5번도 안될 정도로 적었다. 중견급은 물론 거물급들도 거의 다 신인 역도산의 가라테 촙에 무너진 것이다. 미국을 순회할 때도 내노라하는 프로레슬러들이 모두 가라테 촙에 맥을 못 췄다. 더욱이 가라테의 달인인 최배달이 배에서부터 나오는 힘을 쓰라고 충고해주자 역도산은 최배달의 힘에 못지 않은 엄청난 힘을 실어서 가라테 촙을 쓰기 시작했다.
그 무기와 다른 화려한 기술들을 간간히 구사하면서 역도산은 서서히 주목 받기 시작했다. 프로레슬러를 시작한 뒤 2년 쯤 지났을 때 역도산은 900번이 넘는 경기 중 진 경기가 없을 정도로 엄청난 전성기를 맞고 있으며 현 챔피언인 루 테즈의 타이틀에 도전했지만 처절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그 뒤로 다른 거물급들과 경기를 치루면서 경험은 날로 더해져만 갖고 수 많은 팬과 자산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수 년 뒤 다시 루 테즈에게 도전을 계속 했고 그 때마다 안타깝게도 무승부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그러나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고 하듯이 결국 챔피언 자리를 빼앗고 말았다. 이제 역도산은 명실상부한 세계 챔피언이 된 것이다. 챔피언이 되었지만 역도산은 새로운 자리를 향해 나아갔고 강력한 제자들을 길렀고 박치기의 제왕 김일을 세계도 놀랄 정도의 박치기 선수로 만들기도 하였다. 매일 같이 철판, 골프채, 벽돌로 두드렸으니 김일의 이마가 매일 같이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흘린 피 만큼 단단해져 갔던 것이다. 그러나 역도산에게도 불행은 찾아왔다.
사소한 야쿠자와의 충돌 뒤 야쿠자의 한 조무래기가 역도산에게 반감을 품고 나이프로 역도산을 찔러버린 것이다. 이 부상으로 역도산은 한동안 병원 신세를 졌는데 아내의 보살핌 덕인지 큰 수술을 하였어도 빠르게 회복되었다. 그런데 배가 다쳤음에도 음료수를 먹어서 염증이 생기고 말았다. 결국 그 염증이 복막염으로 발전하여 역도산은 숨을 거두고 말았다.
//김만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