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Y 블로그 보드

현재에 충실하던 우리 인간들은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삶이 더욱더 윤택해지고 빨라질 것이라 생각해왔다. 그리고 또 그렇게 느꼈다. 길을 가다가 전화를 하기 위해 공중전화에 들리고 상점에 들어가 전화를 하던 사람들에게 휴대전화가 생기니 그렇게 편하고 빠를 수가 없었다. 56kbps 모뎀을 쓰던 사람들에게 초고속인터넷을 안겨주자 하루를 걸려 얻었던 정보를 단 1분 만에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이상하게 더 바빠지는 것 같았다. 무엇인가가 부족했다. 그 결과 또다시 기술이 발전하기를 빌면서 현재에 충실했다.
이렇게 현재에만 충실하게 되면 근시안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조금만 더 넓게 바라보면 기술이 발달하면서 우리들의 삶이 윤택해지고 빨라질 것이라는 망상을 버릴 수 있다. 빨라지는 만큼 사람들은 “얼씨구 좋구나.”하며 모든 것들의 한계를 높여만 갔고 그 결과 다른 한계점에 부딪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망상이 인류의 기술을 여기까지 이끌었고 이것이 없었다면 인류의 발전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망상의 이유 또한 우리 자신의 벽에 부딪히게 되었다. 인간에게 가로막힌 인간의 망상.

밖에서 뛰놀던 우리가 기술의 발전으로 마우스를 클릭하고 키보드를 두드리며 앉아서 놀게 되자 그에 따라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폐쇄된 집안에서 잠깐의 재미를 위해 또는 신기한 마음에 시작했던 인터넷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중독이 되어버린 것이다. 대한민국의 인터넷을 자주 쓰는 사람이라면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느 날 잘 되던 인터넷이 고장나버려 할 수가 없어지면 무엇을 하던지 불안해진다. 공부를 해도 TV를 봐도 친구를 만나도 왠지 모르게 불안하다가 복구가 되면 하지 않아도 마음이 놓이는 심정. 결국 중독을 인정하고 부모님의 의견에 따라 인터넷 사용시간을 줄여야만 하는 것인가.
하지만 그동안 우리는 중학교 3학년 사회시간에 배우는 것처럼 현대는 정보사회이고 정보와 지식을 필요로 한다는 이유로 인터넷 중독에 따른 마음의 병이나 신체적 병은 무시해왔다. 허나 이 두 문장을 비교해보면 심각성을 깨닫게 될 것이다.
‘산업혁명에 따른 환경오염 문제를 묵과하고 발전해온 현재의 모습.’
‘정보혁명에 따른 인터넷 중독 문제를 묵과하고 발전해온 현재의 모습.’
그런데 인터넷 중독에 따라 병만 생기는 것이 아니고 정신적 병까지 생기며 새로운 범죄가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악플. 네이버 같은 포털사이트의 뉴스 리플란을 보면 아주 가관이다. 노숙자 할아버지에게 목도리를 둘러드린 목도리女 기사가 나왔을 때는 그 여자가 못생겼다느니 뜨려고 별 짓을 다한다느니 하는 비난을 서슴없이 했고 그 폐해는 얼마 전 자살한 故유니나 故정다빈 기사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얼마 전 유니가 자살했을 때 우리는 큰 충격을 받았다.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였지만 공인이 자살하였다는 것 자체가 화젯거리였던 것이다. 그런데 자살의 이유가 악플에 있다는 기사는 물론이고 명복을 비는 기사에서도 “쓰레기 같다”, “인기가 없어서 죽었나보다.”, “잘 죽었다” 같은 악플은 끊이지 않았다. 그녀뿐만 아니고 연예인 같은 공인들은 인터넷 유명 포털사이트 뉴스에 등장할 때마다 악플에 시달린다고 한다. 이제 이 악플은 리플을 달을 수 있는 모든 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심지어 한 사람의 사망을 다룬 인터넷 기사에까지 악플을 다는 악플러들이 등장하게 된 이유는 곧 모든 사이버 범죄의 원인일 것이라는데 모든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악플러들은 두 가지 성향으로 나뉜다. 하나는 자신의 주관을 마음대로 펼치지 못하는 사람들, 예를 들어 소심한 사람의 경우 대놓고 누구를 비난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인터넷에서는 익명성이 보장되므로 마음 놓고 말을 할 수 있으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악플을 달게 되는 것이다. 둘째는 악플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서 재미를 얻는 것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친구에게 장난을 칠 때 친구가 반응을 보이면 그것이 좋은 반응이던 나쁜 반응이던 더 하고 싶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헌데, 도대체 여기서 무슨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까? 소심한 사람에게 담대해져서 비난을 하고 싶으면 바로 앞에서 비난을 하라, 악플에 대한 반응에서 만족을 얻는 사람에게 부끄러움을 느끼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초등학생이라도 대책이 없음을 알 것이고 공자라도 대책을 내놓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두 가지 성향을 전개하여 공통인수로 묶어보자. 공통인수는 바로 사람의 이기심이다. 이기심 × 분노표출, 이기심 × 만족이 악플을 다는 원인임을 알 수 있다. 악플 뿐만이 아니다. 인터넷에 불건전한 내용을 공유하고 사회 전 분야에서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모두 이기심에서 나오는 것이다.
잠깐의 예를 들어보면 온라인 게임 상에서 졌을 때 욕을 하는 것도 자기가 이겨야만 한다는 이기심 때문이고 인터넷으로 마약, 불법서류 등을 거래하는 것도 자신의 돈을 벌기 위한 이기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상적인 방안은 법과 의식을 겸하는 것이지만 너무나 비현실적인 법들만 생겨나고 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은 인터넷 실명제만을 대책으로 들고 나온다. 솔직히 실명제를 하면 겉으로 보았을 때 동명이인들만 피해를 입게 된다. 쓸만한 대책이 아니다. 왜 사이버에서 인터넷을 제대로 사용할 줄이나 알지 의문이 드는 국회의원들이 만든 법을 적용해야하는 것인가에 대해 분노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모두들 언론을 통해 비쳐진, 겉만을 보고 결정을 내리곤 한다. 그렇게 내린 법이니 실제로 누가 지키려고 하겠는가. 학생인 우리들도 학교나 선생님들이 만든 규칙은 잘 지키지 않고 왠지 모를 반항심마저 들지 않는가?
바로 앞에서 말했듯이 학교나 선생님들이 만든 규칙에는 반항심이 든다. 하지만 같이 하루를 보내는 우리들끼리 만든 규칙은 만들기까지가 어렵지 만들고 나서는 잘 지켜진다. 인터넷 상에서도 이런 생활 속의 세세한 원리를 적용하면 안 될까?
우리 네티즌들 중에서도 경력이 있고 제대로 된 인성이나 지식이 잡혀있는 사람들의 집단을 만들어 법을 결정하되 법안을 내는 것은 일반 네티즌들로 하는 것이다.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인터넷 상에서의 법은 헌법처럼 기록하는 형식, 성문법으로 하면 안 된다. 죄라는 것은 절대적인 부분도 있지만 상대적인 부분도 있다. 융통성이 없이 기록된 대로 판결을 내리는 성문법 대신 영국 같은 곳에서 사용 중인 불문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기본적인 성문법을 기초로 하되 A와 B사이의 경계선을 딱 정해놓지 않고 여러 재판 선례들에 따라 융통성 있게 처리하는 것이다.
여기에 새로운 의식을 더해보자. 자신에 대한 악플이 달렸을 때 대응하지 않고 무시할 수 있는 의식을 말이다. 성인군자 같은 참을성을 요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 심각한 인신공격의 경우 신고를 해야겠지만 단순한 악플의 경우에는 무시해버릴 줄 알아야 한다. 악플에 대한 대응에 만족을 느끼는 사람들을 간단히 막을 수 있지 않겠는가!

주장을 정리해보자면 악플을 다는 악플러들의 성향을 비교해보면 이기심이라는 공통인수를 발견할 수 있다. 이기심은 악플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이버 범죄의 원인이 되기에 대안이 필요한데 법과 의식이 겸해져야한다. 법은 우리 네티즌들 스스로 만들어 지키고 악플에는 대응하지 않는 의식을 더하는 것이다. 정말 이렇게 하면 악플이 사라지고 모든 사이버 범죄는 사라지는 것일까? 답은 “아니오.”이다.
다만 안그래도 삭막해지고 살기 힘들어지는 세상에서 낙을 얻어야할 인터넷 공간을 이용하다가 피해를 입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처벌할 수 조차 없는 현실에 답답하여 주장을 해보았을 뿐이다.